걷기 이야기

두 다리가 의사이다. 제 2회 100 Km 걷기대회

가능혀 2019. 1. 16. 11:57



"두 다리가 의사이다"

흔히 하는 말 중에 "병원치료를 하다가 안돼면 약물치료하고, 마지막엔 걷기다" 하는

말이 있다.
요즘은 이동수단의 편리함으로 걷기를 소홀히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하여 걷기를 권하고 싶다.

화창한 오후 ~ 기온 26~7도, 바람 살랑살랑, 따가운 햇살이 코 끝을 물들인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전국36개 도시에서 참가한 130 여명의 철각들과 함께

일보 일보 걸음을 옮긴다.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들어서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평소에 자세히 보지못한
아름다운 산천의 조화로운 합창을 들으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나눈 대화속에 인천에서온 중학생이 최 연소, 77세 어르신이

최고령 참가자다.
20 여 Km 지점에서 저녁을 먹고, 이내 땅거미가 몰려올 시간, 경광봉을 지급받고 앞서가는

행렬을 보니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케 한다.

오르막길을 앞서 출발한 사람들을 따라잡기 위해 보폭을 줄이며 속보를 한다.
아뿔싸 ! 몇 사람을 추월하고 내리막 길을 걷는데 왼쪽 무릎이 엉키는 걸 느낀다.

지난번 의림지 왕복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제 겨우 20 여 Km를 지났는데 말이다.

이러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최악의 사태가 머리속에 떠오른다.

"아니야 아니야" 를 왜쳐보지만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마침 국가 대표선수(골프)가 올해 목표라는 고 2 여고생과 나란히 걸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는 이성문제로 성적도 오르지 않고 슬럼프를 벅어나기 위해 대회에 참가 했다고 한다.
나도 그 나이에 "세계를 내 품안에" 를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며 문답을 계속하다보니 다행이 무릎이 풀리는것 같다.

예를 들며, 앞서가는 사람들과 "잠깐만 한눈을 팔게되면( 예 : 생리해결, 물 섭취 등)순식간에 몇 백 m 는 뒤쳐지기 일쑤다.
따라서 다시 따라잡기란 결코 쉽지않다". 란 말로 이해를 돕는다.

삶의 경험담과 앞으로의 자세, 그리고 이성과의 문제 등등,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40 여 Km 지점에서야 75세 어르신과 합류하게 되었는데, 공식대회 2회에 비공식 1회 등 벌써 3번째 100 Km 도전이라신다.
총 누적 거리만도 3,000 Km에 육박하고 있다며 삶의 지혜를 들려주신다.

시간도 자정이 가까워지고 이제 앞과 뒤도 제법 거리가 느껴진다.
이제 나만의 시간과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과 대화를 나눈다.
밤은 낮과 다르게 어둠이라는 것 빼고는 두려울게 없는데 왜 밤을 무서워 하는 걸까?

자세히 볼 수 없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게 없는데, 이렇게 반짝이는 별이 대신해 주고,
군데 군데 마을을 지날 때는 가로등과 불빛이 그 마을의 이미지를 대변해 주고 있는데 말이다.

번쩍이는 불빛에 견공들은 목이 테져라 짖어대고(구간 행렬이 끝나는 시간까지 약 1~3시간)산 짐승들도 놀랐을거다.
50Km 지점(충북 충주와 강원도 접경지 남한강변)에서 간식으로 컵라면과 커피 한잔으로 다시 출발,

비포장 남한강 뚝방을 지나면서 물안개에 휩싸여 끈적한 느낌이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저 멀리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은 경광등 행렬에 어리둥절 하며 낚싯대를 비추던 불빛을

켰다 껐다를 반복 한다.
뚝방길에 함박 웃음으로 격려해주는 철죽과 배시시 미소짖는 달맞이 꽃이 참 인상적이다.

영동고속도로 다리밑을지나 문막을 지나 동화 산업단지를 지날 때는 내 자신의 기록

 (66Km)을 경신하는 구간이다.

70Km 지점에서 순두부국으로 아침을 먹으며 인천 참가자가 가져온 소주 한병을 나눠 마신다.
모자란다며 한병 더 추가 ! (05:10) 오른쪽 발목이 부어 오름을 느끼고 파스를 붙인다.

(냉찜질을 해야하는데 치명적인 처지다)

마의구간 앞으로 30 Km 가 관건인데 예상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간간히 졸음에 자세도 흐트러지고,,,,

부어오른 발목은 보폭을 대폭으로 줄였고 그동안 추월했던 사람들에게 밀리기 시작한다.
그 중에 젊은 친구들의 발바닥에 물집이 터지고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가운데 그나마 나는 외상은 없는터라 부담은 덜했다.

그들은 외지 참가자들이고 지리도 잘 알지 못함으로 본이 아니게 안내자 노릇까지

하게되었다.

85 Km 휴식 지점 호저면사무소, 인천 참가자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 온다 ? 어라 ?
알고 보니 막걸리를 찾아 주변 가게를 뒤져 한병밖에 없다며 한잔 건넨다. (물론 사양 한다.) 
초코파이 두개와 물 한병을 비우고 양말을 또 한번 갈아 신는다.

이제 2Km 만 더 가면 원주천 둔치길에 접어들게 된다.

거의 10Km 직선 코스인 원주천 둔치길은 아침 운동 나온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마지막 체크포인트 95 Km 에서 거리표시 현수막과 함께 모델이되고,,,,

이제 6개의 체크포인트(확인도장)를 통과 했으니 예상시간 13:00 을 지키기위해

속도를 높인다.
3사람의 발바닥 부상자와 함께 했는데 두 사람은 점점 더 뒤로 멀어지고 경남 고성에서온

20대만 나를 바짝 붙는다.

다시 도로로 접어들어 교통신호를 기다리는게 고역이다. 멈추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골인지점이 눈앞에 보이고 행사장에 모인 축하객들의 박수와 함께 21,5 시간 100Km

완보가 끝나는 순간이다.
먼저 들어온 10여명의 완보증과 메달 수여가 진행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 귀하는 본 연맹이 주최한 제 2회 한국 100Km 걷기대회에 참가하여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완보 하였음을 인정합니다" 하는

완보 인증서와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 단상에 올라 기념 촬영 및 대회시 마다 게시될 홍보물 촬영을 끝으로

귀가 후 얼음 찜질을 한다.
사워도 생략한체 수면에 들어갔다.

2008, 05, 04 - 나루터 -

걷기 참고 사항

1, 신발은 자신이 걷기에 가장 편한게 좋다.
1, 양말은 발가락 양말로 조금 두꺼운 것이 좋다.

    (스포츠양말이나 발을 조이는 등산 양말은 지양하는게 좋다 혈액 순환 방해)
1, 간편한 차림이 좋다. 무거운 짐은 지양, 최소한 간식과 물만 지참.
1, 식사를 7~80 % 만 한다. 과식은 금물. 특히 술은 독약이 될 수 있음.
1, 자신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
1, 꾸준한 훈련과 자신과 맞는 거리 선택.
1, 모자, 양말 여분, 썬 글라스, 썬 크림 등. 기타 빠진 것은 다음에 기록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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