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현대시조 창작 세미나 2

가능혀 2024. 10. 14. 14:26

어린이들에게 꿈과 소망을 주는 정겨운 작품들

 

시골 아침

 

줄지어 선 포플러는 학교 가는 아이들이

제가끔 세워 놓고 간 푸른 날의 깃발입니다

태양은 애들이 힘껏 차 올린 풋볼입니다.

 

이웃 사촌

 

우리 집 살구꽃이 피어올라 손짓하면

이웃 집 복사꽃도 피어올라 대답하고

부르고 대답하는 정 그게 바로 이웃이죠.

 

이웃집 강아지가 꼬리치며 찾아오면

우리 집 강아지가 멍멍 짓고 따라가고

손잡고 길 나서는 정 그게 바로 이웃사촌.

 

우리 엄마 나물 속아 먹어보라 나눠주면

철이 엄마 장국 끓여 맛보라고 들고 오고

울 넘고 담 넘어가는 정 그게 바로 이웃사촌.

 

분이네 살구나무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나의 출세작은 '조국'이지만 내가 진정 아끼는 작품은 

'부자상'과 '을숙도'와 '분이네 살구나무'라 할 수 있지요,,,,,."

 

  백수 시인의 동시조는 어린이의 마음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동심을 시원(始原)으로 하여

더 높고 빛나는 시조의 경지로 비상해 오르는데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종장 속에 빛나는 백수 시인의 시혼(詩魂), 시조의 생명은 종장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종장은 모든 시상을 최종적으로 압축하고 또 정리하는 과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리운 가을 하늘 2

 

비바람 다 보내고 번개 천둥 쏟아내고

하루 한 길씩 높아가는 가을 하늘

열두 발 상모를 돌려도 걸릴 곳이 하나 없구나

 

개자추(介子推)의 봄

 

숨어서 사는 이를 숨겨주어 고맙더니

부질없는 이강산에 봄은 다시 찾아와서

개자추(介子推) 어디로 가라고 복사꽃을 불지르나.

 

젖 냄새 살 냄새

 

엄마에게 엄마 냄새 아가에겐 아가 냄새

아가는 엄마 젖 냄새 엄마는 아기 살 냄새

젖 냄새 살 냄새 맡고 서로 잠이 듭니다.

 

시암(詩庵)의 봄

 

내가 사는 초초(艸艸) 시암 (詩庵)은 감나무가 일곱 그루

여릿여릿 피는 속잎이 청이 속눈썹이라면

햇살은 공양미 삼백 석 지천으로 쏟아진다.

 

옷고름 풀어 논 강물 열 두 대문 열고 선 산

세월은 뺑덕어미라 날 속이고 달아나고

심봉사 지팡이 더듬듯 더듬더듬 봄이 또 온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