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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걷는 길은 모두 꽃길이지요.

문학

원주 글샘 4집

가능혀 2024. 10. 14. 17:30

신간

 

                      

글을 쓴다는 것

 

 

  글은 작가의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다. 어떤 일이나 생각을 문자로 나타내는 기호로서 삶에서 얻어진 경험과 상상력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작가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독서로 간접 경험하고 창작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지면을 얻어 풀어본다.

 

  처음 글을 대하면서 편지지 한 장 메우기도 버겁게 느끼면서 글은 나하고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십 대 후반 문학사상에 실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독후감에 응모하면서부터다. 상품으로 시집 30권을 받았고, 이후 두 번째 응모하여 손자병법’ 5권을 받아 들고서,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그 무렵 회사에서는 사보가 발간되어 사보에 단골손님이 되었고, 회사 내 행사인 노동 문예 시 당선, 수필 당선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도 했다.

  그 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내 노보 기자 교육을 수안보 연수원에서 기자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수강하게 되었다. 헤드라인을 뽑고, 역삼각형의 기사 내용은 지면에 따라 잘리기도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게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사내 방송국이 개국하면서 사내 방송기자로 추천되어 서울 문화방송국을 견학하며 현직 아나운서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화법을 배웠다. 기자들에게는 기사 작성과 보도하는 방법 등을 실습하며, 방송 제작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었다.

 

  이런 기회가 주어졌던 것은 10대 중반에 막내 숙부님께 오백 원을 드리고 산 책 한 권, ‘한국의 인간상’ 6권 중 5문학 예술가편도 한몫하고 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용돈 개념이 없을 때인 만큼 돈을 마련하느라 꽤 여러 날을 고물과 신문지 등을 주워 모으고 팔아서 오백 원을 드리고 마침내 그 책을 받아왔다. 책을 받아 들기는 했으나 바로 읽혀 지지 않았다. 그 돈을 마련하느라 힘이 들었다는 기억밖에 없었기에 조카인데 그냥 주시면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서운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횡성에서 직업군인으로 사셨던 숙부님은 신장병을 앓고 계시다가 안타깝게도 40대 후반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을 정리하다가 한쪽에 놔둔 채 잊고 있었던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앉은 책을 보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아찔해지던 순간이었다. ~! 이래서 책을 사라고 하셨나 보다.’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세로쓰기에 한문이 많이 섞여 있어 읽기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먼저 세상을 살았던 선인들의 태도와 지혜를 책으로 남겨놓으신 분들의 삶을 간접 경험이라도 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옥편을 놓고 한자漢字를 찾아가며 읽다 보니. ‘책 속에 길이 있다.’ 했는데, 책 한 권이 내 삶에 자양분이 되어준 셈이었다.

  그때 돈을 내고 책을 사지 않았다면 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할뿐더러 읽지도 않을 것이다.’ 하는 숙부님의 무언의 뜻을 헤아리면서부터는 한 없이 죄송스러웠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이후부터는 글자 한 자도 빠트리지 않고 읽게 되는 습벽이 붙었고, 신문에 실린 광고란의 토씨 하나 놓치지 않는 버릇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후 나머지 다섯 권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다가 서울로 가서 청계천 헌책방을 샅샅이 뒤진 끝에 마침내 책 속에 파묻혀 있던 낯익은 표지가 눈에 들어오자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주인을 만난 책값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소중한 보물을 껴안고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이렇게 주어진 어떤 계기는 한 사람의 정신적 지주로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렇듯 책이 주는 가르침은 어떤 사람에게는 자산 1호의 보물로서 기억될 것이기에 어떤 내용의 글이든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한편, 뭔가를 하다 보면 크던, 작던 성과가 따라오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20년 가까이 써온 그날의 일기와 한 줄 메모로만 남겨두다가 이제는 제대로 정리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박경리 문학공원을 찾아가 예촌문학동아리 활동하면서 인연이 닿았던 아동문학박사님께 도움을 청했었다. 쉽지 않았던 부탁은 동화리에 계신 시인 이 선생님께 연결되어 습작을 들고 찾아갔다.

 

  이후 코로나19가 해제되자 아내는 책방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나고 오더니, 그 책방에서 소설과 산문 과정의 대면 수업 신청 해놓고 왔다며 수업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강의를 듣고 수업을 따라가면서 단어를 고르고 적합한 문장을 만들어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일기와 기사, 기록물 형식에 익숙해져 있던 글은 좀처럼 문학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작가님의 지적이 있었다. 습관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급하게 과제로 써놓은 글들은 정리되지 못한 미완성에다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못하니, 자존심 또한 허락하지 않아서 글샘’ 4집 발행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기도 했으나, 기꺼이 동참하면서 우보천리 하리라 다짐해 본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따를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 하다. 무릇 즐기는 자를 따를 자는 없다.” 하는 말에 공감하며 귀하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 맘껏 즐겨볼 것이다.

                                                                                                                                 -정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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